가을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 바로 김장 준비입니다. 김장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는 단연 배추이며, 그중에서도 ‘김장배추’는 일반 봄배추와 품종, 재배 방법, 시기 모두가 다릅니다. 김장배추는 단단한 결구(속이 꽉 찬 형태)와 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적절한 시기와 관리가 맛있는 김치를 완성하는 첫걸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장배추의 심는 시기, 재배 과정, 병충해 관리, 수확 시기와 보관 방법까지 단계별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장배추의 생육 특성과 품종 선택
김장배추는 냉량한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는 작물입니다. 한여름의 고온기에는 생육이 부진하고 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을 재배용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김장용으로는 ‘춘광’, ‘청산’, ‘춘진’, ‘원교’, ‘불암3호’ 등 결구성이 강하고 병에 강한 가을배추 품종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들 품종은 잎이 넓고 부드러우며 단맛이 강해 김치의 감칠맛을 살려주고, 저온기에도 저장성이 좋아 김장용으로 적합합니다. 품종 선택 시에는 지역의 기후(평야지, 중간산간지, 고랭지)에 따라 맞춤형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김장배추 심는 시기
김장배추는 일반적으로 8월 중순에서 9월 초 사이에 심는 것이 가장 알맞습니다. 다만 지역별 기온 차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지역 구분 | 파종 시기 | 정식(모내기) 시기 |
| 고랭지(강원도 등) | 7월 중순~하순 | 8월 상순 |
| 중부 지방(서울, 경기, 충청 등) | 8월 중순~하순 | 9월 초~중순 |
| 남부 지방(전라도, 경상도 등) | 8월 하순~9월 초 | 9월 중순 전후 |
너무 일찍 심으면 더위로 인해 결구가 늦거나 무름병이 발생하기 쉽고, 너무 늦으면 성장 기간이 부족해 배추 속이 덜 차는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기상 예보를 참고해 평균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에 맞춰 파종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밭 준비와 토양 관리
김장배추는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을 선호합니다. 배추 뿌리는 비교적 얕게 뻗지만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보습력과 통기성이 좋은 토양이 이상적입니다.
- 토양 pH : 6.0~6.5가 가장 적합합니다.
- 밑거름(기비) : 퇴비 3,000kg/10a + 석회 100kg + 복합비료 40kg을 섞습니다.
- 이랑 폭 : 120cm, 포기 간격 40cm 정도로 만듭니다.
밭을 갈기 전에는 퇴비를 충분히 섞어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높여주어야 하며, 정식 전에는 태양열 소독이나 석회질 비료 살포로 병원균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모종 기르기와 정식(모내기)
① 파종
- 김장배추는 직접 밭에 씨를 뿌리기보다는 육묘상(모종판)에서 모를 키운 후 옮겨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발아에 적정한 온도는 20~25℃, 약 3~4일이면 발아합니다.
② 육묘 관리
- 물 관리: 싹이 트면 과습을 피하고 통풍을 자주 해줍니다.
- 일조 관리: 햇빛이 부족하면 웃자라므로 낮에는 반드시 햇볕에 두어야 합니다.
- 묘령(적정 크기): 본엽 4~5매, 키 10~12cm일 때가 정식 적기입니다.
③ 정식 시 주의점
- 정식 후에는 흙을 충분히 덮어 뿌리가 마르지 않게 관리해야 합니다.
- 이식 후 2~3일간은 그늘막이나 비닐 피복으로 활착을 돕는 것이 좋습니다.



생육 관리
김장배추 재배의 성패는 ‘균형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물, 비료, 병충해 모두 과하거나 부족하면 결구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 주기
배추는 수분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러나 과습하면 뿌리썩음병과 무름병이 쉽게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정식 후 활착기(7일): 하루 1회 충분히 관수합니다.
- 생육기: 2~3일 간격으로 물을 줍니다.
- 결구기(마지막 20일): 흙이 마르지 않게 유지합니다.
비료 주기
- 밑거름은 정식 전 땅에 섞고, 웃거름(추비)은 정식 후 15일, 30일에 두 차례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질소질 비료가 과하면 잎이 무르고 병충해에 약해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병충해 관리
가을철에는 배추좀나방, 담배거세미나방, 무름병, 검은썩음병 등이 대표적입니다.
- 초기에는 친환경 방제용 BT제(바실러스 투링기엔시스)를 활용합니다.
- 심한 경우 등록 약제를 사용하되 수확 20일 전에는 살포를 중단합니다.
- 특히 도랑 설치와 배수 관리를 철저히 하면 병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결구와 수확 시기
정식 후 약 60~70일이 지나면 배추가 결구되며, 외엽이 속잎을 감싸며 단단히 여물게 됩니다.
‘결구(結球)’는 배추나 양배추처럼 잎이 안쪽으로 말리며 속이 단단하게 차는 현상을 말합니다.
결구가 완전히 이루어졌을 때 손으로 눌러 단단하고 탄력 있는 느낌이 나면 수확 적기입니다.
너무 오래 두면 서리나 병충해로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김장 시기 1~2주 전에 수확해 그늘에서 서늘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확 후 관리와 저장
수확한 배추는 외엽의 흙을 털고,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곳에서 하루 정도 예냉합니다.
이후 저장할 때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땅속 저장법: 밭 가장자리에 구덩이를 파고 배추를 뿌리가 아래로 향하게 세워 넣은 뒤 짚과 비닐로 덮습니다.
- 냉장 저장법: 0~2℃, 습도 95% 내외로 유지하면 1개월 이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리된 배추는 김장철에 절임배추로 사용하기 적합하며, 아삭하고 단맛이 살아 있는 품질 좋은 김장김치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김장배추 재배의 핵심 요약
| 구분 | 주요 포인트 |
| 품종 | 가을용 결구형 품종 (춘광, 청산, 불암3호 등) |
| 파종 시기 | 중부 8월 중순~하순, 남부 8월 하순~9월 초 |
| 정식 시기 | 파종 후 약 25일, 본엽 4~5매 때 |
| 토양 조건 | pH 6.0~6.5, 배수·보습력 양호한 토양 |
| 생육 관리 | 수분 유지 + 질소 과다 피하기 |
| 병충해 예방 | 통풍 확보, BT제 사용, 배수로 정비 |
| 수확 시기 | 정식 후 약 70일, 결구 완성 시 |



김장배추 재배는 단순히 심고 기르는 과정이 아니라, 기후·토양·시기·관리의 조화가 필요한 섬세한 농사입니다.
적정 시기에 올바른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누구나 아삭하고 단단한 배추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올해 김장철에는 직접 재배한 김장배추로 김치를 담가보시기 바랍니다.
자연의 계절감을 온전히 느끼며, 손끝에서 정성과 풍요로움이 피어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