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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설(2009)' - 소리보다 진한 울림

by miiv 2025. 5. 28.

영화 청설 포스터
영화 청설 포스터

 

2009년 대만에서 개봉한 영화 「청설」은 청각장애를 가진 여주인공과 그녀를 둘러싼 청춘들의 복잡한 감정을 잔잔하게 담아낸 감성 로맨스 영화입니다. 청춘의 불확실함, 첫사랑의 순수함, 장애를 바라보는 진심 어린 시선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로 2024년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청설」 원작에 대해 줄거리 요약과 감상 포인트, 그리고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리뷰를 제공하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

영화의 배경은 대만 타이베이의 한 대학 캠퍼스입니다. 평범하고 소심한 대학생 티엔커(펑위옌 분)는 수영부 활동 중 우연히 청각장애를 가진 여학생 양양(천옌시 분)을 만나게 됩니다. 양양은 밝고 당당하며,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티엔커는 양양에게 점점 끌리게 되지만, 그녀가 같은 친구인 샤오펑(천루이 분)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티엔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양양의 사랑을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셋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삼각관계의 구조 속에서도 감정을 억누르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단순한 로맨스를 넘는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줄거리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표현 방식이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감상 포인트: 소리 없는 감정의 소통

「청설」의 가장 큰 특징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주인공 양양은 청각장애인이지만, 그녀의 감정은 오히려 더욱 명확하게 전해집니다. 표정과 손짓, 시선 처리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관객은 그녀의 내면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양양과 티엔커가 서로의 손에 글씨를 써서 대화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이 영화는 장애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양양은 독립적이고 자기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인물로 그려지며, 관객은 그녀를 존중하게 됩니다.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장애인 캐릭터’의 틀을 벗어난 묘사로,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영화의 음악 또한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강렬한 사운드보다는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음악이 장면과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때로는 완전한 침묵이 더 큰 의미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청설(聽說)’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소리 없이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상미와 연출, 대만 청춘의 감성

「청설」은 대만 청춘 영화 특유의 부드러운 영상미를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자연광을 활용한 따뜻한 색감과 절제된 카메라 구도는 인물 간의 감정 거리감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수영장, 거리, 자전거를 타는 장면 등에서는 청춘의 자유롭고 순수한 감정이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연출 또한 매우 절제되어 있습니다. 과장되거나 극적인 전개 없이도 인물들의 감정을 천천히 이끌어내며, 관객이 스스로 그 의미를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연출 방식은 자극적인 구성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으나,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주연 배우 천옌시는 실제 청각장애인은 아니지만, 수화를 배우고 연구하며 역할에 진심으로 몰입했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대사 없이도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며, 청각장애인 캐릭터의 현실적이고 품위 있는 표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배우의 노력 덕분에 영화 전반에 진정성 있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영화 「청설」은 소리 없는 세계에서도 충분히 감정이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줍니다. 청춘의 설렘과 아픔, 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말보다 진한 감정의 소통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한 편의 시처럼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다가옵니다. 감성적인 영화나 대만 청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청설」은 반드시 감상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